대회

2021 대한민국 해군 창업경진대회 (해군 참모총장상 수상)

멈춰용 2022. 11. 24. 23:54
해당 글은 이전 블로그에서 이전되었습니다. 실제 작성일은 2021년 06월 14일입니다.

사건의 발단

왜 해군 창업경진대회를 나가게 된건지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후임 환준이가 같이 한번 해보자고해서 나가게 된것같다.
아마 휴가에 혹해서 나간 듯 하다.

국방스타트업챌린지 중 해군 창업경진대회

군대에는 왜 있는지 모르는 당직이 많다

나는 해군본부에서 문화홍보병으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해군 전체에서 3명 밖에 없는 영상병 중에서도 촬영을 자주하는 나는 해군의 대부분 전력에 편승해보았다. 고속정(참수리)부터 상륙함(LST), 이지스함(DDH) 등 심지어 잠수함까지 타봤다.

병 신분으로 다양한 전력들을 타보고 항상 느끼는 것이 있었다.
견시 당직 서는 애들은 진짜 힘들겠다. 진짜 단순한 임무인데 컴퓨터로 못 만드나?

아직 계급장이 따끈따끈한 병장 정지용 (21.05.01)

'견시를 선다'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견시 당직은 함교 옆에 윙브릿지 좌우에서 함 주변 해상 부유물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함교에 보고하는 당직이다. 그냥 생눈으로 바다 위에 뭐 없나 계속 보고 있으면 된다.

뭐가 보이면 자이로스코프나 해상 망원경으로 보고 함교에 어디 위치에 뭐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다라고 보고하면 된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런 무식한 방법에 의아해 할 수 도 있다. 아니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는데 레이더나 뭐 그런 비슷한걸로 탐지 못하나라고 충분히 생각하고도 남는다. 나 또한 그 생각으로 이번 해군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했다.

테슬라도 카메라만 가지고 자율주행하잖아

자동차도 혼자가는 세상에 견시 하나 알아서 안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레이더로 해상 부유물을 탐지하기 어렵다. 레이더는 기본적으로 전파를 발사하여 돌아오는 전파를 읽어 물체를 탐색하는데 전파는 물을 통과하지 못해서 항상 파고(오타가 아니라 파도의 높이를 뜻함)가 있는 바다에서는 조그만 물체를 탐색하기 어렵다.

또한 무선침묵상태에서 레이더를 수동형으로 작동시키기 때문에 탐지할 수 없다. 참고로 무선침묵상태는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 각종 전파를 모두 차단한다.
방금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한다고 했는데 이때 그 전파를 적이 탐지하여 위치를 알 수도 있다.

그럼 왜 카메라만 가지고 견시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을까?

병사가 하면 되잖아

맞다.

군에는 아주 싸고 막다뤄도 되는 자산이 있다. 바로 병사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연구할 시간에 그냥 매일 입대하는 병사를 세운다음 보라고 하고 잘보면 휴가주고 못보면 영창보내면 된다.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자료 조사하다 모 소령에게 인터뷰했을 때 실제로 견시 당직병이 타군 잠수함 잠만경을 발견해서 일주일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인구 절벽시대에 군대는 아주 큰일났다.
해군은 안그래도 줄어들고 있는 인구에 육군보다 2개월이나 군복무가 길어서 병사들이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그래서 SeaManFirst니 뭐니 정말 대우를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척한다.

살짝 큰일난 해군을 효율적인 인력구조로 운영할 수 있다.
이미 십여년전 관련된 선행연구들이 있었다.

차세대 항해 견시를 위한 선박 자동추적 시스템 구축. 한국정보통신학회논문지, 17(7), 1583–1588. Kim, K.-U., Lee, B.-G. (2013).

Unity 3D 를 이용한 선교 항행정보 정합모듈의 구현. 한국정보처리학회 학술대회논문집, 22(1): 845-847 박지수 (Ji-soo Park), 오재용 (Jayong Oh) , 김혜진 (Hye-jin Kim). 2015.

이런 비슷한 선행연구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십여년전에는 카메라가 좋지도 않았고 다들 기존 CCTV를 활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컴퓨터 비젼 시장이 엄청 발달했고 카메라 센서 시장 또한 엄청나게 발전했다.

원래 사람을 계속 대신해서 세웠는데 사람이 부족해지고 있고 예전에는 장비가 안좋아서 있으나 마나했던 것을 이제는 경쟁력만 가진다면 선박 자율운항 시장에서 엄청난 수요가 올 것 같았다. 헤디 라마르의 어뢰 무선 유도 체계처럼 처음 만들었을 땐 잘 안쓰다가 몇년 지나고 엄청나게 쓰이는 딱 그 느낌이다.

1차 합격

1차 온라인 발표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회 주최측에서는 병사들이 참가할 경우 핸드폰 사용을 허가하고 카메라 사용을 허가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우리 생활관에서는 그런 공문 못받았다고 그러고...
공문을 보여주니 부대 안에서 카메라 허가 못해주니까 외출을 신청해서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또 간부들이 참가한 곳은 카톡도 바로바로 볼 수 있어 공지사항을 빨리보고 PPT도 빨리 준비할 수 있었는데 병사들로만 구성된 팀들을 당직이나 이런것들로 2~3일동안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시간손해를 많이 봤다.

어찌저찌해서 결국 ZOOM을 통해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실 준비를 할 시간이 많이 없어서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환준이랑 몇등정도 할 수 있을까 이야기하니 사실 우리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몇개 없었다고 생각했다. 발표가 끝나고 나서 그래도 최종 순위 결정전에 오르겠다 라고 생각하는게 좀 웃기긴하다.

최종 순위 결정전 진출

결국 진짜로 생각했던대로 순위 결정전을 하게 되었다.
부산 벡스코에 가서 MADEX에서 창업경진대회 PT를 하게 되었다.

2021 MADEX 국제 해양 방위 산업전

도착하자마자 저녁으로 대구탕을 먹었다. 당연히 부산이니까 국밥먹을 줄 알았는데 김상사님이 오늘은 무조건 대구탕 먹어야 한다고해서 대구탕 먹었다. (전날 술 드시고 해장하시려는건가...) 작년말에 작전사(부산) 갔을땐 당연히 국밥 먹었는데...

사실 나는 창업경진대회 참여로 가긴했지만 일하러 가기도 했다... 원래 어차피 가야했다...
그래서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지는 못하고 계속 촬영했다.

인터뷰 좀 해달라고 설득 중
ㄴMADEX에 참여한 미해군을 인터뷰하는 중

그래도 가서 미 해군 친구 두명이나 만들었다. 그중에서 정복입은 친구랑 친해졌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것을 좋아해 해군에 지원했다고 한다. 일본에도 있었고 그 다음이 한국이란다.

한국 여자를 사귀는 방법을 알려다라 그랬는데 나도 여친 없다고 그러니까 나보고 쿨하다고 인스타 맞팔하자고 그랬다. 아직도 간간히 연락한다.
조만간 한국을 떠난다고 한다.

대본을 못 외웠다...

계속 인터뷰하고 이것저것 촬영하고 하다보니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혹시 몰라서 대본을 준비했다. 근데 그게 큰 실수였다.

참수리에서 three-axis 보정을 이용한 세종대왕함을 찍은 영상 시연중

나는 조금 어려서부터 학습지 답지 베끼다가 엄마한테 걸려서 혼난 적이 많기 때문에 그런 위기 넘기는 말빨이 단련되어있다.
순간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대신 대본보고 외우거나 이런 것을 잘 못한다.

생각이 짧아서 의식의 흐름대로 하는것이 나에게 조금 더 잘 맞다.

그래서 그런지 대본을 준비한 것이 엄청난 마이너스가 되었다. 계속 버벅거리고 대본 보느라 ppt넘기느라 발표를 잘 못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너무 아닌거 같아서 그냥 대본 안보고 프리스타일로 했다.

012

그래서 그런지 심사위원분이 발표 왜 대본보고 할 때 더 못하냐고 뭐라 그랬다. 이것 때문에 그래도 1~2등 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데 3등한 것 같다.

준비를 잘 했더라면 조금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발표 준비를 하고 해야겠다.

2021 해군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Contributors: 정지용, 유환준
Thanks to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 이성민 중령님